[6·13빅뱅/한나라향후전략]"자만땐 민심 돌아선다" 몸낮춘 李

  • 입력 2002년 6월 14일 18시 39분


한나라당, 승리 자축 -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승리 자축 - 서영수기자
“잘못된 것에 대해 추상같은 심판을 내리는 민심을 우리가 스스로 헤아리고 몸을 낮춰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매서운 질책을 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6·13 지방선거 직후인 14일 오전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순간에 자만하면 민심은 금세 돌아설 수 있다’는 경계의 뜻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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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가 이날 여성당직자들이 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자와 자신에게 꽃다발을 전달하자 몇 차례 사양하다 마지못해 받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한 것도 여론에 ‘자만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경기도 인천의 한 보육원에서 관람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의 자세 낮추기 행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며 “일반적인 당무는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 당직자들이 주도하는 대신 이 후보는 대국민 이미지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지방선거 후 정국 운영에도 극히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나라당이 충북지사는 물론 대전시장까지 뺏긴 자민련과의 관계 설정과 관련해서도 “절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도 이 같은 기조에 따른 것이다.

김용환(金龍煥) 국가혁신위원장은 “충청 민심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됐지만 우리 당이 민심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자민련 의원 영입을 서둘러 ‘세(勢)불리기’에 나설 경우 역(逆) 정계개편의 시동을 걸었다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반발은 물론 국민으로부터 ‘힘의 정치’에 나섰다는 반감을 촉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국민적 명분을 확보함으로써 타 정당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이 후보 측의 전략이다.

이날 서 대표가 “국회의장을 국회법 원칙에 따른 자유투표로 선출하자”며 기존 방침에서 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와의 관계는 ‘적정거리’를 두는 기존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이 후보 측근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결정적 승인(勝因)이 ‘부패정권 심판론’이었던 만큼 영수회담보다는 권력비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게 이 후보 측의 기본입장이다.

다만 권력형비리 국정조사와 특검제는 계속 추진하되 무차별적인 폭로 등 청와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일은 피할 것이라고 이 후보 측은 밝혔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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