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당선자]나주시장 신정훈 당선자

  • 입력 2002년 6월 14일 02시 22분


“농민 후보 만세. 신정훈 만세.”

전남 나주시장 당선이 확정된 순간 무소속 신정훈(辛正勳·39·사진) 후보의 지지자들은 신 당선자를 얼싸안고 환호했다.

신 후보는 광역 기초단체장 가운데 최연소 당선자여서 기쁨이 두 배로 컸다.

두 번의 투옥과 고된 농부 생활 끝에 일궈낸 그의 당선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시절인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으로 구속돼 3년을 교도소에서 지냈다. 출소 후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황폐한 농촌은 그를 다시 ‘투쟁의 길’로 내몰았다.

87년 ‘나주 농민회’를 결성한 그는 전국의 농촌을 뜨겁게 달군 ‘수세(水稅) 거부운동’을 주도하다 구속돼 다시 10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함께 농민운동을 하던 부인 주향득씨(40)도 그때 만났다.

95년 ‘무소속 농민 후보’로 선거에 나선 그는 전국 최연소 도의원에 당선됐다. 3년 뒤 ‘황색바람’이 호남을 강타할 때에도 무소속으로 도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도의원 시절에도 그는 농민들과 함께 있었다. 추곡수매 시위나 벼 야적 시위 때 머리띠를 두르고 앞장섰고 농민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한 가마라도 더 수매되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3000여평의 과수원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신 당선자는 “모든 게 동고동락했던 농민들 덕분”이라며 “나주를 잘사는 농촌,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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