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정운영 큰짐…민주 '脫DJ ' 가속 예상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17분


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6·13 지방선거 결과는 향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의 공식적인 관계는 청산됐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의 ‘탈(脫) DJ’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측은 13일 오후에도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김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의 거국중립내각 구성 요구에 대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은 이미 탈당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이 갈수록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로 빠져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타의(他意)에 의해 정치적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8·8 재보선과 연말 대선을 앞두고 김 대통령의 아들들 문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및 청문회, 특검제 실시 등이 정치권의 이슈로 대두될 경우 이를 제어할 힘이 없어 청와대가 사실상 기능 마비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청와대측이 민주당의 내부 혼란과 전략 부재를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진단한 것도 향후 김 대통령과 청와대로 쏠릴 수 있는 책임론의 화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였다.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 한 달 사이 민주당의 지지도가 급락한 것은 당이 내부 다툼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내내 한나라당에 끌려다니는 등 지리멸렬했기 때문이었다”며 “앞으로도 문제는 민주당에 있지 청와대에 있지 않다”고 미리 선을 긋기도 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이 이번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중립내각 구성이나 아들들 문제의 조기 매듭을 위해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측도 적지 않다. 대선 중립과 국정 전념 의지를 더욱 가시적으로 표명하기 위해 월드컵이 끝난 뒤 각 당 대선후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도 청와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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