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후보를 흠집내라”사이버팀 조직적 운영

  • 입력 2002년 6월 12일 18시 51분


컴퓨터 보급이 확대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선거운동이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으로 등장하면서 인터넷 e메일의 익명성을 악용해 경쟁 후보의 홈페이지 등에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는 사례가 많아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다만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예상만큼 사이버 선거운동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타나났다.

▽악용 사례〓홈페이지를 개설한 대부분 후보들은 ‘인터넷팀’을 두고 주요 언론사나 상대후보, 자신들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다른 사람의 ID나 익명으로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글이나 자신을 홍보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자민련 구천서(具天書) 충북지사 후보측은 지난달 29일 PC방 60여곳을 돌며 구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구 후보의 홈페이지에 올린 J대 조모 교수를 붙잡았다.

민주당 한이헌(韓利憲) 부산시장 후보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나라당 안상영(安相英) 후보의 ‘여직원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경남의 한 지역신문 게시판에는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글이 하루 20여건씩 오르고 있다.

전북의 한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의 선거사무원은 지난달 ‘입후보설이 나도는 모 후보가 현 단체장의 측근을 돈으로 매수했다’는 등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렸다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용 실태〓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부터 사이버 선거운동을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후보에게 70만원(기초의원)∼300만원(광역단체장)을 지원했다. 객관적이고 풍부한 멀티미디어 정보를 근거로 한 저비용 고효율 선거풍토를 도입하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대부분 홈페이지를 개설했지만 기초단체장 후보는 70% 정도, 광역의원 후보는 40%정도만 홈페이지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초의원 후보는 홈페이지 개설률이 10%를 밑돌았다.

후보들이 홈페이지 개설 등 사이버 선거운동에 소극적인 이유는 홈페이지 주소를 알릴 마땅한 방법이 없는데다 선거구 거주 유권자들의 e메일 주소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지역의 한 구청장 후보는 “현재의 사이버 선거운동은 유권자들이 먼저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하는데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유권자들이 월드컵 등으로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바람에 사이버 선거운동의 효과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문제점〓인터넷이 선거에 악용되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은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선관위에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명제를 도입하면 익명성을 악용한 욕설이나 비방을 방지할 수 있는데도 후보들이 소극적이라는 것. 또한 선관위도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후보들에게 무조건 지원금을 줄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 제작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해야 사이버상의 혼탁선거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주〓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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