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썰렁한 ‘생일잔치’…의장 공석인 채 개원54돌 기념식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40분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개원 54주년 기념식은 주인공 없는 생일잔치 같았다.

개원 기념사를 할 사람이 마땅찮아 며칠 전 임기만료로 물러난 이만섭(李萬燮) 전 의장이나섰다. 모범직원 표창장도 이 전 의장이 줬다. 국회 사무처는 표창장 수여일을 5월29일자로 바꾸어 ‘국회의장 이만섭’이라고 표기하는 편법을 동원해야 했다.

김종하(金鍾河) 김종호(金宗鎬) 전 부의장과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2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했으나 어색한 분위기 때문인지 덕담 한마디 오가지 않았다.

이 전 의장은 기념사에서 “법정 기일이 지난 오늘까지 원 구성을 하지 못해 민생현안은 물론 국가의 주요 현안이 발생해도 상임위조차 열 수 없는 식물국회가 되고 말았다”며 “국민과 선배 의원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야가 당리당략과 기 싸움으로 원 구성을 하지 못한 것은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고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이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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