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설립 '밝은 세상'은 어떤 회사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40분


‘밝은 세상’은 95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정계복귀를 계기로 DJ의 대선전략 수립 및 기획을 목적으로 김홍업(金弘業)씨가 설립한 홍보기획 회사다. 설립 당시 회사의 공식 자본금은 1억원이었지만 측근들은 “10억원 정도를 가지고 출발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서울 역삼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여론조사 △홍보기획 및 이벤트 △출판 △정치 CF 제작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국민회의의 각종 행사를 도맡아 한 데다 96년 15대 총선 때는 국민회의 의원 40여명의 패키지 홍보를 맡아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밝은 세상은 97년 대통령선거 때 김대중 후보의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회사의 여론조사는 국민회의나 다른 사조직의 어떤 여론조사보다도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조직 논란이 일면서 97년 여름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처남 윤흥렬(尹興烈)씨를 비롯한 팀원 대부분이 공조직인 국민회의 대선기획본부에 흡수됐다. 당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인기그룹 ‘DJ DOC’의 ‘DJ와 함께 춤을’이란 곡을 각색한 광고도 밝은 세상 출신들의 작품이었다.

밝은 세상은 98년 김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문을 닫았다. 밝은 세상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밑지는 장사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회사를 처분한 뒤 돈이 꽤 남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홍업씨가 밝은 세상과 별도로 대선 당시 김 대통령의 각종 심부름을 수행했고, 김 대통령을 대리해 군, 종교계, 학계 인사 등을 다각도로 접촉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홍업씨가 대선자금을 직접 만졌을 개연성은 상당히 크다. 또한 대선 후 대선잔여금과 밝은 세상의 처분자금을 홍업씨가 함께 관리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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