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8억…홍업씨 비자금-돈세탁 실체 드러나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3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척되면서 출처 불명의 비자금 규모가 늘어나고 복잡한 자금세탁 과정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홍업씨의 대학동기이자 유준걸(柳俊杰) 평창종합건설 회장의 동생인 유진걸(柳進杰)씨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32억원이 홍업씨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는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나 본인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기 어렵고 홍업씨와 절친한 사이라는 등의 정황 때문이다.

홍업씨는 이에 앞서 지난 해 1월부터 1년 동안 고교동창인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에게 18억원을 전달한 사실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이에 따라 범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홍업씨의 자금은 50억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와 별도로 홍업씨가 세탁한 자금이 28억원이나 된다.

홍업씨는 지난 해 1월부터 7월까지 김성환씨를 통해 현금 12억원을 100만원권 수표로 바꿨으며 2000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아태재단 직원 15명을 동원해 16억원을 세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 자금들의 출처가 각각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홍업씨가 관리한 비자금은 세탁한 돈을 포함할 경우 최대 78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

홍업씨 측근들은 그러나 “홍업씨가 갖고 있던 돈은 대선 잔여금을 포함해 10억원에 불과한데 거래가 많다 보니 규모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의 중점 수사 대상은 홍업씨에게 출처 불명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경위와 돈 세탁의 이유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범죄와 관련된 돈이 아니고서야 무엇 때문에 세탁하고 측근의 차명계좌로 관리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홍업씨가 이권에 개입한 대가로 기업체에서 받았을 가능성이 큰 자금부터 추적하고 있으나 돈세탁 과정이 워낙 정교하고 복잡해 아직 결정적인 단서는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의 검찰 수사 진도로 미뤄 볼 때 조만간 홍업씨의 비리 혐의가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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