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원 방북 이모저모]국군포로 문제등 김정일 언급 눈길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28분


박근혜(朴槿惠) 의원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은 금강산댐 공동조사에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알맹이’가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3박4일의 방북을 마치고 14일 귀환한 박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남북 철도연결사업,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북한 축구대표팀 및 악단 초청 문제 등에 대해 김 위원장이 “하기로 약속하거나, 적극 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현 여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합의 주체가 정부 당국이 아닌데다 합의문도 없고,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날짜를 들어 약속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합의라기보다는 그냥 대화한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한 북한에서 각별한 대우를 받았다. 김 위원장이 박 의원의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를 방문해 단독회담은 물론 만찬까지 가졌다. 판문점을 통한 귀환도 김 위원장이 제안한 것이며, 북한 김완수 당중앙위 부부장 등이 배웅했다.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을 감안한 듯하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참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우리 대선에 관심을 보였나.

“많은 관심을 보였고, 자세히 알고 있었다. (후보들의) 지지율이 몇 %씩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에 대해 내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인상은….

“내가 제안한 문제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주더라.”

-두 사람의 선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나.

“1968년 1·21사태에 대해 ‘극단주의자들이 잘못 저지른 일이다.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때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응분의 벌을 받았다’고 하더라.”

-만찬장에서 나눈 대화는….

“김 위원장은 자기 아버지로부터 남북관계 일화를 들어 많이 알고 있었다. 7·4남북공동성명 발표 전 북한 박성철 부수상이 남한을 방문, 아버지에게 ‘남북이 군인 8만명을 줄이는 게 어떻겠습니까’하고 물었다더라. 그때 아버지가 담배를 한 대 피운 후 ‘절대로 안 된다. 북쪽에서는 8만명을 줄인 후 다음날 호루라기만 불면 다시 모이지만, 남한은 꽹과리를 쳐도 안 된다’고 했다더라.”-남북경협추진위를 연기시킨 배경을 얘기하던가. “금강산댐이 형편없는 것처럼 보도돼 섭섭했던 것으로 들었다. 한국은 모든 걸 자유롭게 쓰고, 대통령도 욕 많이 먹고 하니 인내를 갖고 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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