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美 소로스에 보낸 친서 파문 "최규선은 내가 믿는 사람"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15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997년 대선을 전후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42·구속)씨를 통해 미국의 투자가 조지 소로스 등에게 보낸 친서 사본이 14일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친서 사본은 최씨가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에 자서전을 출간하기 위해 육성 녹음테이프 9개와 함께 측근 인사에게 맡겨졌다. 최씨는 김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부터 자신을 총애하고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증거자료로 친서 사본을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997년 대선을 전후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42·구속)씨를 통해 미국의 투자가 조지 소로스 등에게 보낸 친서 사본이 14일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친서 사본은 최씨가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에 자서전을 출간하기 위해 육성 녹음테이프 9개와 함께 측근 인사에게 맡겨졌다.

최씨는 김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부터 자신을 총애하고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증거자료로 친서 사본을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서에는 실제로 김 대통령이 최씨를 가리켜 ‘제가 가장 믿는 사람’ 등으로 표현한 대목들이 적잖게 등장한다.

이날 뉴스위크 한국판이 공개한 김 대통령의 친서는 대통령 당선 전인 97년 9월 12일 미국 대서양위원회(ACOU)의 한반도 전문가 스티븐 코스텔로에게 보낸 것과 대통령 당선 직후인 97년 12월 22일 소로스씨에게 보낸 것 등 두 가지. 모두 김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적혀 있다.

▽친서에 나타난 김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코스텔로씨에게 보낸 친서는 ‘가장 최근에 임명된 제 보좌관 최규선을 소개합니다’로 시작한다.

이어 ‘최규선은 미국 부통령 앨 고어와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와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며 당신이 도움을 아끼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최씨의 임무에 대해 ‘미국의 리더들과 만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여러 번 당부했다’고 적었다.

이는 김 대통령이 미국 방문과 미국 내 유력인사들과의 면담에 대해 최씨에게 전적으로 의지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편지에서 김 대통령은 최씨를 ‘제가 가장 믿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코스텔로씨에게 편지를 보낸 시기는 97년 대선을 3개월 정도 앞둔 시점으로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최씨를 신뢰하고 총애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 친서는 3개월 뒤 소로스씨에게 보낸 것으로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소로스씨를 초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편지에서 김 대통령은 ‘혼선과 불필요한 시선 집중을 막기 위해 내 보좌관 최규선에게 모든 일을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와 직접, 그리고 독점적으로(exclus-ively) 접촉하기 바란다’라고 적고 있다.

최씨는 이 친서를 갖고 당시 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휴가 중이던 소로스씨를 찾아가 접촉한 과정을 최근 공개된 육성 녹음테이프에서 이같이 밝혔다.

“12월 21일 오전 6시 나는 당선자의 부름을 받고 일산(경기 고양시)의 자택으로 향했다. ‘조지 소로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 이 두 사람을 입국하게 해줘야겠네.’ 당선자의 입에서 떨어진 말은 일종의 특명이었다.”

▽청와대 해명〓친서들에 대해 청와대는 “김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세계의 유력 금융인과 투자자들에게 보낸 많은 친서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김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외환위기로 금고가 텅 빈 것을 보고 쉴 틈도 없이 외자유치에 동분서주했다”며 “당시 김기환(金基桓) 정인용(鄭寅用) 김용환(金龍煥) 정덕구(鄭德龜)씨 등이 친서를 갖고 특사로 갔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김 대통령이 최씨를 총애했음을 보여주는 친서의 표현과 관련해 “친서라는 게 으레 본인이 써오고 김 대통령은 사인만 하는 것”이라며 “친서를 보내면서 내가 못 믿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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