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계개편 방향’ 선회

  • 입력 2002년 5월 10일 18시 16분


민주당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비해 기존 정계개편 전략의 수정에 나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추진했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의 ‘신(新)민주대연합’ 구상이 불발되고, 대통령 아들들 문제로 노 후보의 지지도 하락현상까지 겹치자 새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노 후보가 지향하는 이념과 정책 중심의 정계개편 방향은 ‘지방선거 승리’라는 목표 앞에서 현실과의 타협을 강요당하고 있어 정계개편의 그림이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정계개편론의 속내〓한화갑(韓和甲) 대표가 10일 서울지역 필승결의대회에서 ‘정계개편지지’와 ‘기득권 포기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은 지금까지 노 후보 ‘홀로 뛰는’ 양상으로 진행돼온 정계개편을 당 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언급에는 새로 출범한 당 지도부가 삐걱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노 후보 지원에 소홀했다는 당내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측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날 한 대표는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대표자리 등) 개인적인 이해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원론적 얘기”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한 대표의 언급에 대해 다른 정파를 끌어들이기 위해 당 지도부가 언제든 ‘헤쳐 모여’에 기동력있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와 명분을 갖추어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일반적이다.

또 당명 개정에서부터 민주당을 해체하고 한나라당내 민주계 및 개혁세력 등 타 정파와 연대해 노 후보를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큰 폭의 정계개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함축이 깔린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는 “시간적으로 지방선거 전 정계개편은 성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DJ 아들들의 비리의혹으로 인한 수세적 자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든, ‘한나라당 흔들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공세적 의미에서든 정계개편의 군불을 계속 때야한다는 데는 당내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간은 걸리더라도 민주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신민주대연합론 수정〓노 후보는 이날 YS와 DJ를 하나로 묶는 ‘신민주대연합론’이란 용어를 ‘과거회귀적 표현’이라고 지적하며 “나는 정책 구도로의 정계개편을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YS로부터 부산시장 후보 낙점 요청을 거절당한 데다 DJ와 YS라는 과거 인물 중심의 세력재편으로는 ‘노풍(盧風)’을 지탱하는 데 역부족이란 인식을 하게 됐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노 후보측의 전략 수정의 바탕에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는 듯하다. 노 후보측이 색깔이 다른 자민련과의 관계 설정에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노 후보의 한 측근은 “노 후보가 최근 자민련에 대해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섰다”며 “충청지역 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내지 않는 등 연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의 예”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자민련과의 지방선거 연대를, 노 후보가 개혁세력의 결집을 맡는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