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李여사가 만남 주선→그런 일 없다" 말바꿔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16분


해명 - 유병창 포스코 홍보담당 전무(왼쪽)와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
해명 - 유병창 포스코 홍보담당 전무(왼쪽)와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 유상부(劉常夫) 포스코 회장의 만남을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주선했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포스코 측이 보여준 ‘말바꾸기’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포스코는 6일 조간신문에 이 여사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유병창(劉炳昌) 전무를 통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끄기’에 나섰다. 그러나 해명 내용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더 큰 의혹을 낳고 있다.

유 전무는 기자회견에서 “2일 오전 일부 기자들에게 처음 이 건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유 회장에게 보고하고 답변을 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이 여사 주선 문제에 대한 정확한 경위를 잘못 알아듣고 5일 기자들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유 전무는 유 회장에게 “이 여사의 요청으로 유 회장이 홍걸씨와 만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보고했고 이에 대해 유 회장은 “홍걸씨를 만났다”고만 대답했다는 것. 유 전무는 “유 회장이 ‘이 여사의 주선으로 홍걸씨를 만났다’고 말한 것으로 (제가) 잘못 이해했다”고 6일 말했다.

유 전무는 기자들이 “이 여사 주선설(說)은 가장 민감한 부분인데 그렇게 안이하게 대처할 수 있느냐”고 묻자 “처음에는 이 여사 문제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답변이었다.

이에 앞서 유 전무는 5일 밤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서 전화로 ‘이 여사 관련설’을 질문받았을 때 이를 시인하는 듯한 답변을 분명히 했다.

유 전무는 그때까지도 이 여사 관련설에 대한 확실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기자가 6일 새벽 전화를 해 “청와대 쪽이 주선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홍걸씨를 청와대라고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해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 여사에 대한 보도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유 전무가 당초 답변을 번복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의견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유 전무는 6일 오전에는 기자들에게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이 여사 건은 사실이 아니니 해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는 “청와대에서 해명하라는 얘기는 없었고 사실이 아니라고 전해왔다”고 발을 뺐다.

유 전무는 포스코에서 홍보 및 구매업무를 책임지고 있으며 평소 ‘말실수’를 한 적이 거의 없는 신중한 인물로 꼽힌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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