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DJ, 노무현 길터주기 탈당 말라"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04분


이상득 사무총장(왼쪽)
이상득 사무총장(왼쪽)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을 줄곧 요구해오던 한나라당이 갑자기 탈당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1월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할 때만 해도 “당적을 완전히 떠나라”며 탈당을 촉구했었다.

한나라당의 태도가 이처럼 180도로 바뀐 이유는 대통령의 세 아들이 포함된 권력형 비리 공세에 탄력이 붙으면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DJ와 한묶음으로 싸잡아 공격하려는 전략을 짜놓았는데, 막상 DJ가 탈당해버리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29일 회의에서 “노 후보가 대통령 일가의 권력형 비리는 외면한 채 DJ 탈당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국민을 우롱하고 호도하는 술수”라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아예 “DJ가 탈당하려면,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권력비리 척결을 위한 국정조사와 TV 청문회 및 특검제 실시 등 5가지 전제조건을 내놓았다.

그밖에 △양대선거 공정관리를 위한 비상 중립내각 구성 △정계개편과 북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 답방의 정치적 이용, 선심정책 등 3각 음모 중지 차원에서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 임동원(林東源) 이기호(李起浩) 특보 퇴진 △검찰 경찰 국세청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 5대 사정기관의 호남편중 인사 시정 △인위적 정계개편 포기 등이 이 총장이 내건 전제조건이다.

김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리 없다는 것은 한나라당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전제조건’을 내건 것은 DJ가 탈당할 경우 ‘위장탈당’으로 몰아붙이기 위해서다.

이 총장은 또 “민주당은 대통령 세 아들, 청와대 및 관료들의 부정부패에 대해 DJ의 탈당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현 정권의 부정부패의 근본적인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DJ가 탈당하더라도 DJ와 민주당 및 노 후보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언제는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더니 이제 와서는 또 탈당하지 말라고 하는 한나라당의 오락가락하는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꾸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정치를 떠나 국정에 전념하고 있는 대통령을 정치싸움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촉구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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