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님은 지금 산에…"…자치단체장등 사전선거운동 극성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17분


지방선거(6월13일)를 앞두고 현직 자치단체장들이 법적으로 참석이 금지된 사적(私的)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등 전국적으로 불법 사전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주민 반발을 살 수 있는 각종 단속 업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데다 일부 공무원들은 업무를 뒷전에 미뤄두고 ‘줄서기’에 열중하고 있어 행정 공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에 따라 자치단체장의 사적인 행사 참석이 금지된 지난해 12월15일(선거일 전 180일) 이후 현재까지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의 관련법 위반 사례가 총 69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강원 9건, 경기 8건, 경북 8건, 충남 7건 등의 순이었다.

서울의 모구청장은 지난달 12일 음식업 관련 단체의 정기총회에 근무시간 중 참석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주의를 받았고, 부산의 모구청장은 17일 한 산악회의 산행 출발지에 근무시간 중 얼굴을 비쳤다가 적발됐다.

경기 모군수는 9일 한 종교단체가 개최한 체육대회에 근무시간 중 참석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이와 함께 지방선거 이후 승진 등 인사상 혜택을 노린 일부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도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청 A과장은 올 1월 8일과 17일 여성단체 관련 행사에 경기도지사 부인을 직접 수행하면서 성악가가 축가를 부를 때 도지사 부인이 피아노 반주를 하도록 관련 공무원에게 사전 지시를 한 것이 적발돼 경고를 받았다.

서울 동대문구청의 공무원 B씨는 지난해 11월 한 월간지에 동대문구가 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된 내용을 발췌한 뒤 홍보물 2만부를 만들어 아파트 우편함 등에 비치했다가 고발되는 등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22건의 공무원 선거관여 행위가 선관위에 의해 적발됐다. 특히 일부 고위직 공무원들이 후보자 선거캠프에 합류해 선거기획 업무를 보거나 주민 투표 성향을 분석해 보고하는 등 은밀한 선거관여 행위가 많은 것으로 선관위는 보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주민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는 각종 단속 업무는 사실상 방치된 상태”라며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느슨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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