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盧 이념공방 쟁점 점검

  • 입력 2002년 3월 29일 18시 27분


▼노무현발언 어제와 오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측은 29일 논란이 되고 있는 ‘재벌총수 주식을 노동자에게 분배하자’거나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등 노 후보의 과거 발언과 관련, “지금은 그러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거듭 밝혔다.

노 후보 측은 “당시와는 시대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 후보 측이 논란의 확산을 피하기 위해 말을 아끼는 듯한 인상은 있으나, 시대상황론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노 후보가 어떤 동기로 어떤 과정을 거쳐 견해가 바뀌었는지, 그래서 지금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등이 분명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인제(李仁濟) 후보 측이 ‘필요에 따른 말바꾸기’라며 몰아붙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재벌관과 노동관〓노 후보는 88년 7월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재벌은 해체돼야 한다. 재벌 총수와 그 일족이 독점하고 있는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서 노동자에게 분배하자. 이 말은 대기업을 모두 해체한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최근 노 후보는 “지금은 이 같은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기업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는 과거 발언에 대해선 “대기업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게 아니라 5공 정권이 국제상사를 해체해 한일그룹에 특혜로 넘겨준 데 대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야유발언”이라고 설명했다.

89년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서 했다는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우리 다 함께 노력하자”는 발언에 대해서도 노 후보 측은 “당시 발언과 지금 생각이 같지 않다. 당시는 노동관계법도 미비하고, 있는 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 후보 측은 “당시 언급은 파업현장에서의 대중연설이었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노 후보는 지난해 5월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을 방문했을 때에는 “구조조정의 큰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큰 틀에서 대우차 문제가 해결돼야지 노조원들의 기만 살리는 일에는 관여할 수 없다”며 부평공장 해외매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다가 노조원들로부터 달걀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의 달라진 노동관은 이때 이미 구체적으로 확인된 셈이나 경위는 역시 불분명하다.

▽언론과의 전쟁〓노 후보는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례화해야 한다. 언론사도 탈세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세무조사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언론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말해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특정신문과의 인터뷰 거부는 그 나름의 ‘언론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도 필요할 경우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그의 매우 부정적인 언론관은 과거나 지금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보여줬다.

언론에 대한 그의 대처방식 역시 강경하다. ‘부당한 언론에 굴종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다만 최근 들어 노 후보는 “특정신문과의 인터뷰를 대통령이 돼서도 계속 거절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되면 깊이 생각해 보겠다”고 답변해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 또한 특정언론에 대한 인식의 변화 때문은 아닌 듯하다. 상황에 따라 관계 개선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노무현 이인제 후보의 정체성 공방
노무현 발언이인제 공격노무현 해명
토지와 재벌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 노동자에게 분배하자
(88년 7월 국회 대정부질문)
과격한 사회주의적 정책이다기업에 적대감 갖고 있지 않다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자
(89년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
계급의식을고취하고 선동했다지금은 노동자 위상이 높아져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회의 창당은 반역사적 야바위행위다
(95년 국민회의 창당 당시)
그런 말 해놓고 97년 국민회의에 합류한 것은 정체성이 없는 행동이다김대중 대통령이 아닌 일부 의원들을 겨냥한 말이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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