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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25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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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일단 “환영한다”고 했지만 그동안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붙이는 등 시종 강한 대북 압박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겉공기와 속내가 반드시 같다고만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미국의 입장〓미국은 지난달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 때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천명하긴 했지만 대북정책에 대한 양국간의 미묘한 시각차는 여전하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가진 회견에서 “나는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의미 있고 건설적인 대화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시작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이를 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임 특보의 방북이 만일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한국정부에 의한 대규모의 대북지원 등 획기적인 관계 진전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남북대화 지지’라는 공식 입장과 달리 미국, 특히 부시 공화당 정부는 북-미관계보다 남북관계가 앞서나가는 것을 언제나 우려의 눈으로 보아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요구에 따라 대북 전력지원을 추진했으나 미국은 이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탈 경우 미국은 강경한 대북정책과 북한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를 부담스러워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외신 반응〓뉴욕타임스는 “(임 특보 방북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급격히 강화된 미국의 대북 압력에 맞서 남북간에 몇주 동안 이뤄진 비밀 대화의 결실”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이번 조치로 김 대통령의 대북 대화노력의 정당성이 입증됐으며 북한은 한국 및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대북 압박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조치는 남북한이 오랜 긴장관계에 극적인 돌파구를 열기 직전의 점진적 단계”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이번 발표가 북한이 피랍 일본인 조사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나왔음을 지적하고 “이번 조치는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응해 다른 외교적 루트를 추구하는 징표”라고 전했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방북기간이 고 김일성 주석 탄생 90주년(4월 15일)을 앞둔 시점이어서 북한의 대응에 따라서는 한국 내 보수파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남북관계의 정체 국면을 타개하는 중요한 분수령이며, 부시 대통령 집권 후 정체 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정상궤도로 올려놓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