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론조사]이인제-노무현 각축

  • 입력 2002년 3월 10일 18시 19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세번째 격전지인 광주 지역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결과(9일 실시)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예상대로 1위를 차지했으나 ‘대세론’을 뒷받침할 만한 수준엔 크게 못미쳤다.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6∼7%포인트 차이로 이 후보를 추격하고 있는 것이 ‘이인제 대세론’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2순위 지지표는 노 후보가 32.8%로 가장 많아 이 후보(26.3%)를 앞섰다.

다른 지역과 달리 이 지역에선 이 후보가 대의원 및 당원 선거인단보다 국민선거인단의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노 후보는 양쪽의 지지율이 비슷했다. 이는 조직력이 강한 한화갑(韓和甲) 후보가 대의원 및 당원 선거인단에서 이 후보 지지표를 상당 부분 잠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광주지역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 호남 민심이 특정 후보에 쏠려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은 이 후보와 노 후보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만약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면, 그 방향에 따라 실제 경선 과정에서 두 후보의 명암은 크게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대전 지역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10일 실시)에서는 이 후보가 지역 정서에 힘입어 과반수(53.8%)의 지지를 얻은 반면 나머지 후보들은 한자릿수 이하의 지지율을 보였다. 노 후보가 2위를 차지했으나 지지율은 7.4%에 그쳤고, 3위인 정동영(鄭東泳) 후보도 5.8%의 지지율에 머물렀다.

특히 지지후보를 밝힌 487명만을 놓고 보면 72.9%가 이 후보를 1순위로 지지한다고 응답한 셈이 된다. 대전에 이어 다섯번째로 경선이 실시되는 충남(23일)도 경향이 비슷할 경우 이 후보는 대전과 충남에서 일단 2위인 노 후보와 상당한 격차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노 후보는 강원(24일)에 이어 일곱번째로 경선이 실시되는 경남(30일)에서 재반전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2순위 지지표는 노 후보와 정 후보가 각각 26.0%, 24.0%를 얻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 표의 상당수는 이 후보를 1순위로 지지한 것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 선호투표제에서는 경선을 모두 마친 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때 꼴찌 후보의 2순위표부터 상위후보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1, 2위를 다툴 가능성이 큰 이 후보의 2순위표는 노, 정 두 후보에게는 배분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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