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태재단, 인사청탁까지 하나

  • 입력 2002년 3월 6일 18시 25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였던 이수동(李守東)씨의 행적에 의심 가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용호(李容湖)씨의 돈을 받고 금융감독원에 로비를 하고, 검찰 간부로부터는 수사상황을 전달받는 등 이용호 게이트에 깊숙이 연루된 그의 집에서 이번엔 특별검사팀이 각종 인사청탁 서류를 발견한 것이다.

여기에는 전 해군작전사령관의 해군참모총장 승진 희망, KBS교향악단 관계자의 간부직 취임 청탁, 98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취업 청탁과 관련된 서류들이 들어 있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마치 관공서나 기업의 인사관련 부서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당시 해군작전사령관은 이후 해군참모총장이 됐다.

▼관련기사▼

- 이수동씨 수억원 받아
- 이수동씨 '숨은 실세' 였나

지금으로서는 이씨가 인사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인사청탁 서류가 보관돼 있고, 아태재단에서 그가 차지하던 위치로 보아 무슨 일들이 이루어졌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또 그동안 아태재단을 둘러싸고 공직인사와 관련된 여러 얘기가 나돌았던 만큼 인사 개입의 한 단서가 포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개인 이수동의 힘이 아니라 권력을 등에 업은 아태재단의 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만든 재단이라고 해서 이처럼 국정에까지 간여해도 되는 것인지 그 무소불위(無所不爲)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더욱이 인사 개입 뒤에 대가가 있었다면 이는 결국 자리를 돈으로 사고 판 국정 농단이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인사로서 너무나 무절제한 행동이었다. 가령 인사청탁을 받았다면 호통을 치며 돌려보냈어야 옳다. 많은 인사들이 그렇지 못한 데서 오늘의 각종 게이트와 인사비리가 불거졌고 정권이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청와대와 아태재단은 이번에 제기된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검찰은 특검팀으로부터 관련자료를 넘겨받아 신속히 수사에 나서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