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대사 예정없던 연장체류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36분


韓美 실무협의 - 김성환 외교통상부 북미국장과 잭 프리처드 미국 대북협상 담당 대사
韓美 실무협의 - 김성환 외교통상부 북미국장과 잭 프리처드 미국 대북협상 담당 대사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1일 중국으로 떠난 후에도 서울에 남은 잭 프리처드 미 대북협상대사와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이날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한미 정상회담 후속대책을 협의했다. 프리처드 대사와 만난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정상회담의 결과를 상호 평가하고 논의하는 차원의 만남이었다”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도 협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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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외교가에선 예정에 없던 이들의 연장 체류와 관련해 한미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북한측의 수용 여부가 미지수이긴 하지만 대북특사의 평양 파견을 재추진하고 있다는소문도 나돌고 있다. 프리처드 대사는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의 합의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방북을 추진했었으나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남북, 북-미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후속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모든 가능성 있는 조치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처드 대사와 그린 보좌관은 주말인 23일까지 서울에 머물 예정이다.

한편 20일 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소련을 비난하면서도 공산권 지도자들을 상대로 대화를 계속했던 예를 들자 부시 대통령은 “참으로 좋은 말이다”며 즉석에서 이를 메모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공화당 출신 전직 대통령과 비견되는 것에 매우 흡족해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회담에서 차세대전투기(FX) 사업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며 “미국은 이번에 통상문제 등 한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이슈들은 구체적으로 거론치 않기로 방침을 세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 정상회담이 끝난 뒤 우리 정부 관계자가 비공식적으로 “왜 FX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미국측 관계자는 “FX 문제는 애초부터 거론하지 않을 계획이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승모 기자 ysmo@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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