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함께 경의선 복구공사 현장을 둘러본 뒤 퇴장하면서 연단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씨를 부시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부시 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청하며 “하루 빨리 경의선이 연결돼 남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건네자 한씨는 말문을 열지 못한 채 눈물만 글썽였다.
한씨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분단 현장을 한미 두 정상이 나란히 방문해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멈춰선 철마를 타고 다시 북녘 땅을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1927년 일본에서 태어난 한씨는 1943년 5월부터 1945년 10월까지 일본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가 해방 직후 귀국해 1946년 2월부터 서울기관차 승무사무소에서 일했다. 바로 이 기간에 경의선 기관차를 운전한 것.
그는 85년 6월 서울사무소 지도계장을 마지막으로 정년 퇴직했다.
한씨의 딸 경애씨(46)는 “요즘도 아버지가 가끔씩 경의선 기관차를 운전하던 얘기를 하신다”고 전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