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드“美,독재지지 안했다” 金槿泰고문 국회연설에 해명

  • 입력 2002년 2월 6일 22시 11분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과거 같으면 집권 여당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대미(對美) 비판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5일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내용은 민주당의 현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김 고문이 미국의 과거 독재정권 지원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당내 반응이 많았다. 물론 재야 출신인 김 고문의 개인적인 성향을 감안해 연설내용을 이해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당직자는 기자들이 “너무 세게 나간 것 아니냐”고 묻자 “민주당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심재권(沈載權) 기조위원장도 6일 “김 고문의 대표연설은 명백히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시각도 이 같은 당내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당 지도부는 5일 당직자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작성한데 대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국익을 위해 바른 일을 해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측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6일 열린 통일당정회의에서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만약 (미국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이라면 비록 형식적이지만 헌법상 북한도 우리 땅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주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중권(金重權) 상임고문이 5일 토머스 허버드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항의의 뜻을 전달한 데 이어 김근태 상임고문도 6일 허버드 대사에게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허버드 대사는 “나와 부시 행정부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허버드 대사는 또 김 고문이 5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언급했던 ‘독재정권 지원’ 발언에 대해 “미국은 독재정권을 만들지도 않았고, 지지하지도 않았으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원한다”고 말한 뒤 “다만 그런 의사표시를 강하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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