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직계까지 연루됐나…대통령아들 개입 확인땐 큰 파장

  • 입력 2002년 2월 5일 06시 37분


‘이용호 게이트’ 수사 초기 신승남(愼承男) 당시 검찰총장에게 수사중단 압력을 가한 인물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의 측근 김모씨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짐에 따라 이 사건이 ‘대통령 직계 패밀리 게이트’로 번질지 주목된다.

▽수사중단 압력 전말〓이용호씨는 지난해 9월 4일 주가조작 및 횡령 등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구속되자 부인 최모씨를 통해 같은 달 13일경 예금통장 사본을 임운희(林雲熙) 변호사에게 전달했고 임 변호사는 통장 사본을 김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택씨는 이 통장 사본을 김씨에게 건네줬다. 그 정확한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는 이후 신 총장의 집무실로 찾아가 통장 사본을 보여주며 “총장님 동생이 이용호씨에게서 5000만원을 받았다는 증거”라며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신 총장은 같은 달 16일쯤 승환씨를 집으로 불러 추궁한 끝에 이용호씨 회사에 취직한 사실과 이씨로부터 6666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 총장은 대검 중수부 수사팀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신 총장은 사흘 뒤인 9월 1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언론인 등 지인들이 걱정하기에 동생을 추궁해 두달치 월급 1666만원을 받은 사실을 알았으며 이용호씨는 스카우트 비용으로 줬다고 진술했다”고 말했었다.

이후 승환씨는 대검 중수부의 수사결과 받은 돈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의혹과 파장〓가장 큰 관심사는 홍업씨의 사전 또는 사후 인지 가능성 및 개입 여부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단서나 증거는 없다. 지난해 검찰 특별감찰본부 수사나 현재 진행중인 특검수사에서도 드러난 것이 없다.

또 압력행사의 당사자인 김씨가 홍업씨와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했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검찰 관계자도 “김씨는 이형택씨는 물론 신 전 총장도 잘 아는 사이여서 김씨가 혼자 나서서 일을 꾸몄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홍업씨의 오랜 측근으로 정치권에도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씨가 사전 또는 사후에 홍업씨에게 알려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김씨에게 ‘수사중단 요청’을 청탁한 사람이 홍업씨의 외사촌인 이형택씨였다는 점에서 김씨는 어떤 식으로든 홍업씨에게 알려줬을 가능성이 있다.

또 김씨가 신 전 총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홍업씨의 ‘힘’을 빌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별검사팀은 ‘이용호 게이트’ 수사 중단 외압 부분이 특검수사 대상인 데다 국민적 의혹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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