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손' 어디까지…

  • 입력 2002년 2월 4일 06시 50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와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중학교 후배인 김형윤(金亨允)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은 이용호(李容湖)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개입했을까.

특별검사팀이 이형택씨와 김씨의 수사 개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신 전 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에게 5000만원을 송금한 내용이 기록된 통장을 보관했던 임운희(林雲熙) 변호사를 소환하자 검찰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형택씨가 발굴 사업뿐만 아니라 ‘이용호 게이트’ 전반에 걸쳐 주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은 대검 중앙수사부가 이용호씨를 구속한 지난해 9월부터 계속 제기됐다.

중수부가 이용호씨에게서 돈을 받은 신승환씨와 이형택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수사 지휘팀이 따로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었다.

당시에는 검찰의 ‘총장 동생 봐주기 수사’ 또는 ‘대통령 처조카 비호 수사’ 의혹의 원인이 ‘부실 수사’, 즉 수사팀 내부 문제로만 해석됐다.

그러나 이형택 김형윤씨 등 검찰 외부 인사들에 의한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만일 이형택씨와 김형윤씨 등이 이용호씨 사건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용호 게이트의 구도는 물론 사건의 성격도 ‘청와대+α 게이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들이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임 변호사가 송금 내용이 포함된 통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형택씨에게 알려줬다는 것만 확인된 상태여서 속단하기에는 이른 단계이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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