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부시경고 강력반발…北-美 찬바람에 남북대화 '꽁꽁'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27분


북한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내용에 대해 ‘선전포고’라며 정면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남북대화 재개 움직임에도 부정적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북한은 그동안 북-미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남북대화를 기피해 온 전례가 있어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를 다시 소강상태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8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대북정책 재검토 방침을 밝히자 같은 달 13일로 예정됐던 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무산시킨 데 이어 9월까지 당국간 접촉을 피했다.

▼관련기사▼

- 정부 北-美관계악화 대책부심
- 美CSIS 보고서 "북 군사도발 가능성"
- 美한반도전문가 "이견 좁히기 힘들 것"
- 美언론 "북 구색 맞추기"
- 여야개혁파 항의성명 준비

앞으로 북한은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을 의식해 대외관계 개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대북 인식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압살기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라며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도 미국을 자극한다고 해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는 미국과 북한이 모두 대화 의사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은 부시 행정부와 빌 클린턴 정권을 비교하면서 북-미관계의 출발점을 부시 행정부 출범 이전으로 돌리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성명은 심지어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던 시기와 비교해 경제불황, 9·11테러사건, 행정부가 연루된 엔론 게이트 등 대형 사건과 추문이 발생한 것도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대외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와 연관시키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북한이 9·11 테러사건 이후 반(反)테러협약에 가입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미국이 인정해주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인 셈이다.

따라서 향후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의 개선 여부는 북한과 미국이 현재의 방침에서 어느 정도 양보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대북발언 및 북한 반응
일시부시 발언북한 반응
2001.3.8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약간의 회의를 갖고 있다. 어떠한 협상도 조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미국이 강경하게 나오는 이상 우리도 강경히 대응할 것이다(평양방송 3.14)

6.7북한과 대화하겠다(대북협상 의제로 제네바 합의 이행, 북한 미사일 개발사업 검증, 재래식 군비태세 예시)미국이 군사적 힘으로 공화국을 압살하기 위해 상용무력 감축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다(평양방송 6.8)
10.16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은 확고하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나치게 의심스럽고 비밀스러운 데 대해 실망했다테러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려놓고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중앙방송 10.18 논평)
11.26북한은 대량살상무기 개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검증을 받아들여야 한다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부득불 해당한(적절한) 대응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외무성 대변인 회견 11.28)
2002.1.29북한 등 불량국가들이 테러국가와 함께 ‘악의 축’을 이루고 있다. 미국은 이들의 위협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부시의 연두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를 테러와 억지로 연관시켜 힘으로 압살하려는 기도이다(외무성 대변인 논평 2.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