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 완화]"재산권 보장" 뒷면엔 표심공략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13분


군 항공기지 주변 비행안전구역 내의 건축물의 고도제한을 대폭 완화키로 한 국방부 결정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일단 의미 있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끈질기게 제기돼온 민원에 대해 “군 작전상 비행안전을 위해 (고도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버텨온 군 당국이 갑작스럽게 방침을 바꾼 점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방부가 발표한 고도제한 완화 면적은 무려 7억1000만평. 그러나 이번 건축물 고도제한 완화 조치가 비행장 주변 고지대에 이미 주택 또는 상가가 들어선 지역에만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대 수혜지역은 단연 ‘성남 구시가지’로 불리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로 압축된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고도제한 완화 이유는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의 재산권 행사를 보장한다는 것. 군 관계자는 “서울공항(K16)과 인접한 성남 구시가지는 대단위 주거단지가 조성됐거나 들어설 분당 신도시 또는 판교 지역과 달리 고도제한에 묶여 도시개발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조치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린다. 일부 지자체의 집단 민원에 떠밀려 비행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너무 쉽게 수용했다는 지적과 함께 건축법과 도시계획법 등의 개정에도 파상적으로 영향을 미쳐 난개발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한 항공기 소음피해 등 또 다른 집단 민원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방부의 조치에 대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을 의식한 ‘선심행정’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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