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처리 불발 안팎]與 법인세인하 비난에 野 집단퇴장

  • 입력 2001년 12월 22일 02시 05분


국회에서의 새해 예산안 증감 협상이 10여일간의 여야간 줄다리기 끝에 6033억원(일반회계 기준)을 순삭감하는 것으로 21일 매듭지어졌다. 순삭감 규모는 지난해의 8054억원에 비해선 줄어들었지만 최근 10년간 연평균 순삭감 규모인 2800억원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지역구사업 나눠먹기 재연〓계수조정과정에서 증액된 1조3959억원 중 53.1%에 해당하는 7410억원이 사회간접자본(SOC)투자에 배정됐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300억원), 인천국제공항 2단계 사업(200억원)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사업을 위한 나눠먹기 성격이 짙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울산∼포항 고속도로 설계비(20억원), 충북 종합스포츠센터(30억원)와 부산∼언양간 고속도로, 대구∼포항 고속도로, 삼락IC∼양산석산간 광역도로 등 의원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됐다.

민주당 역시 전남도청 이전사업(450억원), 전주신공항사업(173억원), 광주 김치종합센터(63억원) 등을 삭감없이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전북 익산∼장수, 고창∼장성간 고속도로와 전남 여수∼고흥간 연륙교 사업 등을 신규반영 또는 증액하는데 성공했다.

여야는 또 충청권에 충남 천안∼온양 복선전철화(150억원), 천안∼조치원 전철화(100억원), 대전 예술의 전당(50억원) 등 상당액을 증액해 내년 대선에서 이 지역의 중요성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 때문에 예결위 회의에서 민주당 박상희(朴相熙) 의원은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만 챙기니까 욕을 먹고 있다. 누더기 예산을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했고,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SOC 사업이란 명목 아래 지역별 끼워넣기 관행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임위 예비심사 상당부분 반영〓정부 원안을 삭감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업별로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올해에는 각 사업별로 타당성 여부를 따졌고 그 결과 무려 88개 항목에서 삭감이 이뤄졌다.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가 상당 부분 반영된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 상임위의 증액요구가 60%(금액기준)가량 반영됐다. 지난해엔 28%에 불과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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