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재단 공방]한나라 “黃龍培씨 실세 연계 가능성”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8시 21분


한나라당은 거액의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황용배(黃龍培) 전 아태재단 후원회 사무처장이 받은 돈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아태재단의 관련 여부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아태재단측은 황씨가 이미 오래 전에 재단을 떠난 인물인 데다 황씨의 알선수재는 재단과 관련 없이 벌어진 일이라며 무관함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문제에 대한 논평을 피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직접 창설한 이 정권의 파워집단인 아태재단 핵심인물의 비리는 이 정권이 총체적 부패정권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황씨의 다른 범죄, 아태재단과의 관련 여부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황씨가 거액을 관리하는 아태재단 후원회 간부와 마사회 감사 및 문화관광부 산하 골프클럽 사장 등을 순전히 자력으로 차지했겠느냐”며 “황씨는 99년 ‘옷로비 의혹’ 사건 때도 관련됐던 인사여서 권력핵심부와의 연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또 아태재단이 94년 당국에 등록할 때만 해도 순수한 공익재단이었지만 이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정치적 사조직 성격이 짙어졌다고 주장했다. 재단의 자산이 설립 당시 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44억여원에 이르고 후원금 모금액도 연평균 30억여원(설립 후 7년 동안 213억원)이나 되는 것은 아태재단이 현실정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

이에 아태재단 관계자는 “황씨가 재단 이름을 팔면서 여기저기 좋지 않은 일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98년 1월 방출했는데 그 이후의 일과 관련해 재단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억울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재단에 발걸음을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황씨가 마사회 감사로 간 데 대해서도 “기독교계 인사들이 천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신광옥(辛光玉) 법무부 차관의 수뢰 의혹에 이어 아태재단마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황씨 사건은 개인적인 사건일 뿐이라며 일절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황씨 사건은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

다만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이 “우리 당은 비리 문제에 대해 누구도 두둔할 생각이 없지만 당사자가 아태재단을 떠난 지 한참 뒤에 저지른 일을 여권과 관련지어 문제삼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을 뿐이다.

<송인수·윤종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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