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당적유지' 배경]‘총재사퇴’ 野공세에 선긋기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42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8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민주당) 당적을 떠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은 무엇보다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예상되는 야당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날 핀란드를 방문 중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가시적 국정쇄신’ 요구에 대해 “총재직 사퇴에 모든 것이 포함돼 있으며 총재직 사퇴 그 자체가 가장 가시적 조치”라고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 대통령의 ‘당적 유지’ 천명이 여권 내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자신이 만든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여전하다는 의사 표현인 동시에 당내 대선주자들의 ‘DJ 밟고 가기’ 움직임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김 대통령은 회견에서 1년여 남은 임기 내에 추진할 대북정책 구상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대해 “단언할 수 없다”고 말한 대목은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김 대통령은 우선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 이후 조성된 국제환경의 변화와 6차 장관급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대남 비난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를 낮출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대북 포용정책은 일관되게 추진하겠지만 김 위원장의 답방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냄으로써 우회적으로 김 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한 측면도 없지 않다.

결국 김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전술적인 ‘일보 후퇴’를 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철희·김영식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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