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 한다" 민주당-정부 거리두기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3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이후 민주당과 정부간의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측에 대한 불만을 더 과감히 토로하고 있고, 정부는 민주당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민주당이 16일 ‘진승현 게이트’ 수사과정에 대해 보인 태도부터 이전과는 달랐다.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당4역회의에서 “민주당은 어떤 비리나 의혹도 비호하거나 은닉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관계당국은 진상을 파헤쳐 한 점 의혹도 없게 공개하고,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회의가 끝난 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도 검찰수사가 미흡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 “개탄스럽다”고 말하는 등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15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다.

검사 출신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차라리 한시적으로라도 비리사건 전부에 대해 특검제를 하는 게 낫겠다”고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고,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장관, 자신 없으면 검찰총장한테 ‘지금부터 모든 사건에서 손떼고 다 특별검사에게 맡기라’고 지시하시오”라고 호통을 쳐 한나라당 의원들이 놀라기도 했다.

이날 재벌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간의 만남도 여러가지 면에서 달랐다.

우선 형식 자체가 ‘회의’가 아닌 ‘간담회’였고, 간담회 결과에 대한 설명도 당측이 아닌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이 맡았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어차피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민감한 현안인 만큼 간담회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의 내용 또한 정부안을 대체로 수용하던 과거와는 달랐다.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은 정부안이 미리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그러려면 뭐하려고 당정회의를 하는 것이냐. 어디 정부안 좀 보자”며 추궁했다.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정부측이 제시한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기준 5조원에 대해 “3조∼4조원으로 기준을 강화하고 점진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브레이크를 걸기도 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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