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과도체제 윤곽]與 실무-중립형 투톱체제로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26분


새출발
12일 한광옥(韓光玉) 대표가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함으로써 차기 전당대회까지 민주당을 이끌고 갈 당 과도지도체제의 윤곽이 드러났다.

새로 발족한 과도체제의 특징은 당 지도부가 일상적 당무를 관할하는 실무형 집행부와 전당대회 시기 등 당내의 뜨거운 현안을 논의할 중립적 특별대책위 체제로 이원화(二元化)됐다는 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하면서 구상했던 그림이기도 하다는 게 당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표 취임 후 처음 인사권을 행사한 한 대표의 인사 스타일도 드러났다. 특대위의 경우 당초 동교동계나 중도개혁포럼 쪽에서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쇄신파의 우려와 달리 각 진영이 고루 배치돼 균형 잡힌 인사였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쇄신파와도 정서적 공감대를 유지해 온 ‘조세형(趙世衡) 특대위원장’ 카드를 꺼냄으로써 비당권파의 불만을 무마하는 한편 쇄신파에 대해 공을 들인 흔적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특대위 위원인 임채정(林采正) 천정배(千正培) 송영길(宋永吉) 박인상(朴仁相) 의원 등은 쇄신파로 꼽힌다.

한 대표 측은 특대위가 의결기구로 결정될 경우에는 추진력이 뛰어난 김영배(金令培) 상임고문을, 자문기구일 경우에는 화합형인 조 위원장 카드를 준비했었다는 후문이다. 한 대표는 당 5역의 경우엔 중도개혁포럼 멤버들을 주축으로 하되 정치적 색깔이 약한 실무형 인사들을 포진시켰다.

이협(李協) 사무총장이나 박종우(朴宗雨) 정책위의장, 송석찬(宋錫贊) 지방자치위원장,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모두 당권파의 ‘핵(核)’을 이루면서도 특정 대선 예비주자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색채를 갖고 있는 인물들.

이런 가운데 중도개혁포럼 측은 12일 모임을 갖고 대선 예비주자들의 상호 비난 및 흠집내기, 의원 및 위원장에 대한 줄 세우기 중지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도개혁포럼의 이런 움직임은 ‘DJ 직할대’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만큼 자칫 특정인사 편향 시비에 얽혀들지 모르는 상황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기민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성공적인 인사라는 중평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대선 예비주자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의 핵심 쟁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조성된 대선 예비후보 진영의 ‘자숙 기간’이 언제까지 가느냐 하는 것도 한 대표 체제의 순항 여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민주당 당직자 프로필●

▼이협 사무총장▼

청렴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4선 의원. 79년 10·26 사태 직후 중앙일보를 사직한 뒤 공보비서로 DJ 캠프에 합류했다. 서울 도곡동 13평 아파트에서 18년 동안 살다가 올해 28평 전세 아파트로 이사했다.

△황해 서흥(60세) △서울대 법대 △민추협 대변인 △13∼16대 의원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민주당 총재비서실장

▼박종우 정책위의장▼

서울시내 5개 구청장과 인천시장을 지낸 내무관료 출신 재선의원. 유연하고 원만하다는 평. 당내 여러 계파로부터 중립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15대 때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신한국당에 입당했다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회의로 당적을 옮겼다.

△경기 김포(60세) △서울대 법대 △서울시 기획관리실장 △당 지방자치위원장

▼이낙연 대변인▼

머리 회전이 빠르고 일 처리에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언론인 출신 초선의원. 완벽주의자라는 평을 듣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민주당의 손꼽히는 일본통. 필력을 인정받아 국회 대표 연설문 작성 작업엔 빠짐없이 참여한다.

△전남 영광(49세) △서울대 법대 △동아일보 도쿄특파원 국제부장 논설위원 △민주당 제1정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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