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읽었다" 단체장후보 野 기웃

  • 입력 2001년 10월 28일 18시 54분


98년 당시 민주당 후보로 서울 강북지역의 모 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C씨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한나라당 쪽으로 ‘전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미 자기 지역의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을 은밀히 만나 공천 약속까지 받고 개인 사무실까지 열었다.

C씨의 경우처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단체장 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한나라당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10·25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완승은 이 같은 줄서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소속의 일부 현직 단체장들마저 한나라당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인 서울지역의 한 구청장도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거취 문제를 놓고 크게 고심하고 있다. 그는 “현 정부의 잇따른 실책으로 서울의 표심(票心)이 예전 같지 않다”며 “한나라당으로 옮기는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갈래로 진로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의 경우도 김용환(金龍煥) 강창희(姜昌熙)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 이후 일부 단체장들이 자민련과 거리를 두려는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단체장 공천을 요구하는 자민련 일부 의원과 현 단체장의 갈등이 심각해지면 불만을 품은 현 단체장들이 한나라당으로 대거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텃밭인 영남권의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들도 내년 지방선거 재공천을 의식해서인지 요즘 군기가 바짝 들었다”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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