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재보선 합동연설회]與 "기선잡았다" 野 "끝까지봐야"

  • 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45분


'절 찍어주세요'
'절 찍어주세요'
‘10·25’ 재보선이 열기를 더해가면서 여야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당초 민심 이반과 경제위기 등으로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여당에 크게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접전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기대에 부풀어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여야는 14일 서울 동대문을과 구로을 재선 합동연설회 현장에 당 지도부를 대거 투입해 후보 유세를 지원했다.

▽구로을〓연설회장인 영림중학교에는 3000명의 청중이 모였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이 소속 의원들과 함께 나타나 연설회장을 누비며 자당 후보를 지원했다.

한나라당 이승철(李承哲) 후보는 “재선거를 치르는 이유는 김대중(金大中) 정권이 부정선거를 했기 때문”이라며 “국정을 파탄낸 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언론 탄압, 건강보험 재정 파탄 등의 책임이 대통령 측근들에게 있으며 그 중 한 사람이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민주당 김한길 후보”라며 김 후보의 석고대죄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 후보는 “어머니가 구로공단에서 일하며 나를 키우는 등 구로는 젖줄 같은 곳으로, 아내(최명길씨)와 함께 구로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며 지하철역 신설과 노후주택지 재개발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이 후보를 향해 “학력이 문제가 되자 홍보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내용을 삭제했는데 이유를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자민련 이홍배(李洪培) 후보는 “‘김한길 철새’가 날아와 돈 냄새를 풍기고 있다. 김 후보는 당선이 되더라도 구로를 버릴 사람이다”고 공격했고, 사회당 김향미(金香美) 후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이 비리와 부정으로 쫓겨난 구로에서 정치혁명을 일으키자”고 호소했다.

민주노동당 정종권(丁鍾權) 후보는 경기 매향리 폭격장에서 주한미군이 사용했다는 폭탄 한 개를 가져와 공개하다 선관위의 제지를 받았다.

▽동대문을〓2000여명이 모인 전농초등학교 연설회장은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후보와 민주당 허인회(許仁會) 후보의 유세 대결 및 지지자들의 환호와 고함 경쟁으로 뜨거웠다. 선관위가 여러 차례 자제 요청 방송을 해야 했을 정도.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와 한화갑(韓和甲)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부총재, 홍사덕(洪思德) 전 국회부의장 등이 유세장에서 지원전을 폈다.

홍 후보는 “지난 대선 때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더니 이제 보니 해먹을 준비, 퍼줄 준비, 나라 망칠 준비만 한 것 같다”며 “부패한 조폭정권이 자유당 정권 말기를 연상시킨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철새 정치인’ 시비를 의식한 듯 “고려대 재학 시절부터 전농동 등 이 지역에서 8년간 살았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해 선거 후 당선자와 낙선자가 함께 초당적인 ‘동대문 발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지난 총선에서 3표차로 낙선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그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공약 실천을 위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뛰어왔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장화식(張華植) 후보는 “민생은 팽개치고 싸움질밖에 모르는 보수정치권에 나라 정치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고, 사회당 김숙이(金淑伊·여) 후보는 “연줄이나 출신지를 따지는 부패한 남자들의 정치를 청산하자”고 호소했다.

<이원재·박성원기자>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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