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산가족방문 돌연 연기…정부 강력 항의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6시 49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2일 제4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태권도 시범단의 서울 방문을 돌연 연기한다고 밝히고, 이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항의 전통문을 보냄에 따라 향후 남북대화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날 통일·외교·안보 분야 장관들과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이산가족 방문 연기 통보에 대해 듣고 북측에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김대통령이 남북대화와 관련해 이처럼 유감이 섞인 강력하고도 구체적 지시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 방문을 연기한 이유에 대해 살벌한 경계태세하에 있는 (남한의) 분위기에서는 대화와 내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고 그 어떤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담보도 없다"고 말하고 "지금의 정세하에서는 남조선에 마음놓고 가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이어 남한에서 "비상경계 조치가 시급히 해제되고 좋은 분위기가 조성돼 이산가족과 태권도 시범단 교환사업이 조속히 이뤄지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조평통은 그러나 "제6차 남북장관급회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 금강산관광활성화를 위한 제2차 남북 당국간회담은 예정된 날짜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고 "이들 회담의 장소는 우리가 이미 제안했고 안전성이 담보돼 있는 금강산지역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북측에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예정대로 16일 실시하자고 촉구하는 한편 "이산가족 방문이 연기된다면 장관급회담이나 경협추진위 회의가 개최된다고 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이산상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들 회담에도 응하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연기 이유로 내세운 테러사태로 인한 남측의 비상경계에 따른 안전문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 이라고 말하고 북측은 대규모 민간급 교류는 당분간 연기하고, 대신 당국간 회담은 하자는 입장인 것같다 고 말했다.

한편 북한 적십자회와 태권도협회도 이날 오후 조평통 담화와 같은 내용의 대남 전통문을 우리측 적십자사와 대한태권도연맹에 각각 보내 왔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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