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윤 前단장 구속의견 묵살 '내압 몸통 ' 누구?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30분


국가정보원 김형윤 전 경제단장에 대한 수사검사들의 구속의견을 누가 무슨 이유로 묵살했을까.

당시 수사검사들은 검사의 ‘목’까지 걸고 수사강행 의지를 관철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검사는 19일 “당시 수사검사들은 ‘사표까지 불사하겠다’며 김 전단장에 대한 수사강행 의지를 천명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수사검사들의 이같은 단호한 의지가 꺾인 데에는 통상의 ‘지시’나 ‘협의’ 이상의 강한 ‘압력’의 실체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전단장 수사중단 과정에서 검찰내 내압(內壓)이 있었다면 그 정도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지앤지(G&G) 이용호(李容湖) 회장의 금융비리사건 수사과정에서보다 훨씬 강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 진행상황을 보면 모든 책임은 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였던 이덕선(李德善) 군산지청장에게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검찰 간부들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지청장이 당시 특수2부장으로서 이 사건 외에 이용호씨 사건 수사도 종결한 점에 비춰 볼 때 이 지청장은 상부의 지시를 그대로 충실히 이행하는 ‘실무자’ 역할을 하는데 그쳤으리라는 것이다.

이 지청장에게만 사건이 가면 어물어물 끝난다고 해서 당시 특수2부가 ‘블랙 홀’로 불리기도 했다는 얘기도 검찰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이 지청장을 잘 아는 한 검사는 “이 지청장은 특수부 경험도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런 중요한 사건을 단독으로 결정할 배짱도 없다”고 말했다. 한 간부는 “이 지청장이 불쌍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시 검찰수사 지휘라인에 있던 간부들 대부분이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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