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이총리 잔류' 아니 이럴수가

  • 입력 2001년 9월 6일 17시 17분


자민련은 6일 당 총재인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총리직 잔류를 선언하자 충격을 가누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일본에서 보고를 받은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보고를 접하고 굳어진 얼굴로 입술만 깨물었다고 동행한 인사들이 전했다. 함께 방일했던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JP는 보고를 받기 전까지도 ‘이 총리가 (총리로서) 남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세상사는 신의(信義) 등 여러 얘기를 했다’며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이 총리의 잔류 결심은 JP와 교감이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긴급 확대당직자회의에선 “잠시나마 이런 분을 당총재로 모신 것이 부끄럽다” “순간을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했다”는 등 격한 발언이 이어졌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회의 직후 “이 총리를 유임하도록 만든 모든 사람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내겠다는 이 총리 해임건의안도 (자민련과 공조로) 통과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는 “당을 떠나지는 않고 당원으로서 도리를 다하겠다는 이 총리의 말이 무슨 뜻이며, 청와대는 어떤 생각에서 이렇게 하는지 더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이 총리가 지난해 5월 총리에 임명됐을 때 명예총재를 압박해 뜻을 이룬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사무처 요원이 사무실에 걸린 이 총리의 사진을 떼어내 바닥에 팽개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JP가 이 총리의 결심을 사전에 알았지만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자민련 관계자들도 없지 않았다.

<박성원·이철희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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