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유임 이모저모]JP 워낙 완고 …막판까지 흔들려

  • 입력 2001년 9월 6일 17시 12분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그동안 고심해 온 것은 사실 총리직 유임 여부가 아니었다. 이 총리는 이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고 유임을 간곡히 권유하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가 원한 것은 김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총리직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안 가결로 DJP 공조가 와해되면서 어느 한 편에 설 것을 강요받는 상황이 되자 몹시 곤혹스러워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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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가 5일 출국을 앞둔 JP를 찾아간 것도 총리직 유임 의사를 밝히기 위한 것이었으나, JP의 태도가 워낙 완고해 미처 얘기를 마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도 JP가 출국하면서 총리직 사퇴를 기정사실화하자, 이 총리는 꽤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전국 장애인 부모 대회에 참석한 뒤 비서진으로부터 JP의 발언 내용을 보고 받고는 거, 참 거, 참 을 연발했다는 것.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가 총리실 비서진에게 전한 JP와의 대화 내용과 JP의 발언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엔 권해옥(權海玉) 주택공사사장 김영진(金榮珍) 총재비서실장 등 측근들과 만나 장시간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권 사장 등은 이 총리에게 "국민과 국정이 우선 이라며 정기국회를 마칠 때까지는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며 유임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어 "JP가 6일 일본에서 돌아오면 다시 한번 신당동 자택을 찾아가 양해를 구해야 한다" 고 건의했다는 것.

특히 한 측근은 사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가 자민련에 복귀해봐야 할 일이 없다. 자민련은 이미 충청도 당 으로 전락했다. 한나라당이 국회법을 개정해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지도 않을 것 아니냐. 또 내년 지방선거 이후 DJP 공조가 다시 복원되는 경우를 생각하더라도 이 총리가 잔류하는 게 낫다 고 유임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이 때 혼잣말처럼 국정의 공백이 생기면 안되는데…. 나중에 다시 공조를 하는 상황을 생각해서라도 내가 남아있는게 좋은데…. JP가 귀국하면 술 한 병 들고 찾아가야겠다 고 말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 총리가 유임 발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5일 밤 가족회의에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 총리를 찾아가 김 대통령의 뜻을 전하고, 이 총리의 유임 의사를 확인한 것은 6일 오전이었다.

<이철희·부형권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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