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의 거취…청와대 “책임없는데…” 신중

  • 입력 2001년 9월 3일 19시 04분


◇이총리의 거취, 사실상 사의…청와대는 신중

▽이한동 총리의 거취〓자민련 총재이기도 한 이 총리가 4일 자민련 출신 각료들과 함께 사의를 표명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단 “이번 일로 이 총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이 총리가 DJP간 중재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 총리를 교체할 경우 후임 총리 인선을 둘러싸고 여권 내 잡음이 일 수 있으며 △국회의 임명 동의를 통과할 마땅한 인물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이 총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 사이를 오가며, 나름대로의 중재안까지 제시하면서 DJP 공조 와해를 막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자민련 총재로서 ‘JP 몫’으로 총리가 됐지만, 그동안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김 대통령과도 두터운 신뢰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사의를 표명하는 문제를 놓고도 꽤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이 총리는 결국 ‘당인(黨人)’의 입장에서 사의 표명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3일 “김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이제 이 총리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인지 이날 오후 들어 청와대 내에서도 서서히 ‘이 총리 사퇴 불가피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해임안 파문은 한나라당의 정략을 알면서도 자민련이 이에 동조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이 상황에서는 공동정부를 유지할 명분이 없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총리의 후임자 역시 총리 인준안 국회통과를 고려한다면 자민련 쪽의 의사가 반영되거나 최소한 자민련이 거부하지 않을 중립적인 인사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 과정에서 DJP간의 관계 복원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승모·이철희·부형권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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