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94년 김일성도 주한미군 인정"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30분


방한 중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7일 KBS와의 특별회견에서 북한이 94년 당시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회견에서 “94년 한반도 핵위기 중재를 위해 방북했을 때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주한미군 존재는 한반도 지역의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북한군과 한국군, 주한미군이 병력을 50% 감축하고, 미군은 한국에 주둔한다는 것이 김 주석의 약속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김 주석 사망 두달 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직접 자신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김 주석이 약속한 사항을 모두 실행하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에 대해 “워싱턴이 무슨 일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서울 답방을 해야 한다”며 남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북한 방문 등을 통해 중재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92년 김용순(金容淳) 당시 노동당 비서와 아널드 캔터 미 국무차관간 회담에서도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하는 발언을 했다”며 “북측은 98년 4자회담 때도 ‘주한미군 철수’라는 표현 대신 ‘주한미군 지위변경’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덧붙였다. 박준영(朴晙瑩)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지난해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을 용인하는 언급을 했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설명을 두고 한나라당이 자꾸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는 식으로 정쟁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지금은 북한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새삼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배경과 우리의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이 생산적”이라며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미국이 재래식무기 감축을 언급한 뒤 강화됐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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