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거세지는 반미열풍…테러국 잔류·MD에 자극 받아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4분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선언과 북한 테러지원국 명단 잔류 등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북한에 부는 반미(反美)열풍도 거세지고 있다.

이는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를 비롯한 유럽연합(EU) 대표단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이 “쌍방의 선린협조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시대발전의 흐름”이라며 서방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표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북한이 대미 관계개선을 바라는 기존 입장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국방연구원의 서주석(徐柱錫) 북한군사연구팀장은 북한의 대미 비난은 “우회적인 대서방 접근전략과 대미 압박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신문을 비롯해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대미 비난의 강도를 급속히 높여가고 있다.

노동신문은 2일 “주한미군의 즉각적인 철수가 북―미관계 진전의 가장 주요한 변수”라며 “미국은 조선인민의 ‘불구대천 원쑤(원수)’”라고 비난했다.

내부결속을 위한 반미 사상교육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각 지역과 기관, 공장·기업소, 학교 등에 설립된 ‘계급교양관’에서 실시되는 사상교육에서는 반미의식 함양과 ‘복수결의 모임’이 빈번히 개최되고 있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우리 세대에 반드시 미제 침략자들을 격멸 소탕하고 쌓이고 쌓인 민족의 원한과 분노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다짐하고 있다는 것.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도 “북한에서 반미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북한은 반미 내용이 담긴 도서들도 다수 발간해 주민들의 반미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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