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정쟁중단'…한쪽선 "상생" 또 한쪽선 맹비난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07분


여야가 ‘정쟁 중단’ ‘상생(相生) 정치’ ‘국회 무파행’ 등을 얘기하면서도 말과는 전혀 다른 모순된 정치행태를 계속 보이고 있다.

▼못말리는 여야▼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4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대립과 갈등을 키우는 부질없는 정쟁부터 지체없이 중단하자”고 역설했으나 이날 청와대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전날 대표연설을 맹비난했다.

박준영(朴晙瑩)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통해 “이 총재의 대표연설은 모든 것을 왜곡하며 거짓 주장을 펼쳐 놓았다”며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고 몰아붙인 것. 이에 야당은 ‘그런 공격이 오히려 혹세무민의 극치’라고 공박해 이 최고위원의 제안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

여야 3당은 2월14일 첫 총무회동에서 ‘국회 무파행’을 선언했다. 하지만 불과 12일 만인 2월26일 민주당과 자민련은 국회 교육위에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의 표결 처리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 끝에 회의를 보이콧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이총재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은 3일 광주에서 국정보고대회를 갖고 ‘교육 붕괴와 의약분업 실패 등의 실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한나라당은 3월 이후에만 부산 인천 광주를 돌며 국정보고대회 이름을 빌린 정부 여당 규탄대회를 계속했다.

이 총재가 3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의약분업과 의보통합 등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한 것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합의해 놓고 이제와 ‘남의 탓’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발언자시기내용
이인제민주당최고위원4월 4일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대립과 갈등을 키우는 부질없는 정쟁부터 지체없이 중단하자.
3당 원내총무2월 14일3당 원내총무 첫 회동여야가 소모적 정쟁을 지양하고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운영해 더 이상 국회가 파행되지 않도록 한다.
한화갑민주당최고위원2월 7일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여야가 올 한해 동안만이라도 정쟁 중단을 선언하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하자.
이회창한나라당총재2월 6일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정쟁을 끝내고 미래지향적인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 ‘국민 우선 정치’와 ‘정치 대혁신’을 제안한다.
김중권민주당대표2월 1일신년 기자회견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여야가 공동으로 ‘연중 국회 무파행’을 국민 앞에 선언하자.
이회창한나라당총재1월 4일청와대 영수회담정말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를 살리자.

▼여야의 네탓 공방▼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민주당측은 “한나라당이 툭하면 실체도 없는 정계개편설을 유포하고, 걸핏하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끊임없는 정치공세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야당 대변인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너무 험한 공격을 하는 것도 원인”이라는 얘기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이 총재가 지난해 말 조건 없는 국회 등원, 한전 민영화 찬성 등 국정협력을 약속하고 실천해 나갔는데도 ‘의원 꿔주기’나 ‘안기부 돈’ 사건 수사 등으로 야당을 몰아붙였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자성론도 없지는 않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야당을 포용하는 정치를 하지 못한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지도부가 정국 운영보다는 정치 공세에 집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철·송인수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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