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부터 들른 김정일 '북의 상해' 실험 나서나

  • 입력 2001년 1월 25일 19시 08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5박6일간의 방중(訪中) 후 곧바로 평양으로 가지 않고 21일부터 23일까지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들러 ‘현지 지도’를 한 것은 중국 방문에서 얻은 경제건설 구상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방중기간의 대부분인 나흘간을 중국 개혁 개방의 상징인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의 첨단 산업시설 시찰에 할애한 김 국방위원장은 ‘천지개벽한’ 상하이 경제특구를 신의주에도 건설해 보고 싶었을 것이고 따라서 직접 현지 상황을 보고 싶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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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시는 예정대로 9월에 경의선 연결 공사가 마무리되면 남한―북한―중국을 잇는 새로운 물류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

▼99년 현대에 공단조성 제안▼

신의주시는 또한 김위원장이 99년 11월 방북한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 경제특구방식의 공단을 조성해 달라고 제안했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현대측은 지리적 여건상 시장이 중국으로 한정되며 물류 운송에 어려움이 있는 등 전체적으로 사업성이 적다고 보고 김 위원장의 권유를 완곡히 물리쳤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高有煥) 교수는 “북측은 내수시장만으로는 외국자본유치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신의주에서 중국시장을 겨냥한 대단위 공업단지 개발을 통한 중국식 경제특구 모델 도입을 구상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식 경제특구 도입 가능성▼

그러나 개연성일 뿐 단정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김위원장이 특별한 구상을 위해 신의주를 찾은 것은 아니고, 신의주를 거쳐 평양으로 가기 때문에 지나는 길에 잠깐 들러 현지지도에 나섰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방중 후 촌음(寸陰)도 아끼지 않은 채 곧바로 국경지역으로 달려가 그곳 인민의 삶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신의주 현지 지도에는 연형묵(延亨默) 국방위원회 위원, 김국태(金國泰) 노동당 비서, 박송봉(朴松奉)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장성택(張成澤) 당조직지도부 부부장, 김희택(金熙澤) 당 평양시 책임비서 등이 동행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김정일 중국방문 이후 주요 북한방송 보도
일시보도발표자주요내용
21∼
23일
조선중앙방송 김정일
(신의주
현지지도시)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효율적이고 현대적인 공장을 건설해 후대 에 물려주어야 한다
△모든 일꾼들이 낡은 관념을 버리고 새것을 지향하며, 일본새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이룩해 나가야 한다
△공장에서 생산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신 과학기술을 적극 받아들 여야 한다

22일

평안남도 당위원회 비서△공동사설 과업 관철을 위한 조직정치사업을 활발히 진행하자
해주시
당위원회
책임비서
△모두가 대를 이어 수령복을 누리는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에 넘쳐 이 땅 위에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하루빨리 일떠세우기 위한 투쟁 에서 일꾼의 본분을 다하겠다

23일

전기석탄
공업성 부상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올해 공동사설 과업 관철에 떨쳐나선 일꾼, 근로자들에게 커다란 신심과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노동신문사설△조중 친선은 세기를 이어 강화 발전될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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