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설' 서영훈대표 "날 데려올땐 언제고…"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22분


당정쇄신론을 둘러싼 민주당 내 내부투쟁 양상 속에서 당내 인사들에게 ‘발언 자제’를 당부하며 중심을 지켜왔던 서영훈(徐英勳)대표가 15일 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서대표는 ‘권노갑(權魯甲)퇴진론’ 이후 당내 권력투쟁 양상에 대해 “여러가지가 어려울 때 일치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서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이 모여 만든 ‘새시대 전략연구소’ 창립 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솔직히 말해 날 데려올 때는 밑에서 다 해줄 테니 자리만 지켜달라고 했는데, 와서 보니 아무런 전략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대표는 이어 “당에 전략 홍보 외교 측면이 없는 것이 가장 절실했다”며 “개혁의 마인드가 없고, 대통령 밑에 있는 사람들이 개혁에 대해 알지 못해 국민과 언론에 대해 충분히 개혁의 비전을 이해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대표는 “야당 시절에 투쟁한 것은 인정하지만 국민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방법이 없었고, 국민과의 합의도 없었다”고 당 운영을 비판했다. 심지어는 “연수원에 교재조차 없었다”는 말로 민주당이 ‘준비 안된 여당’이었음을 꼬집었다.

당내에서는 서대표의 불편한 심기 표출을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표 경질설’과 연관시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서대표는 그동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 언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표가 6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사의를 표명하자 김대통령이 “그런 소리 하지 말라. 그러니 자꾸 신문에서 쓰는 것 아니냐”고 만류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경질설이 끊이지 않자 이런 식으로 서운함을 피력했을 것이라는 해석들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