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회기내 처리 ‘삐거덕’…예결위원장 메모로 시끌

  • 입력 2000년 12월 3일 19시 26분


새해 예산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듯하다. 당장 장재식(張在植)국회예결위원장의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 박살’ 메모 파문으로 4일 예결위 회의부터 제대로 가동될지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3일 “장위원장의 메모는 예산안의 공정한 심의를 이끌어가야 할 ‘심판’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초 장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사퇴하지 않는 한 예산심의를 보이콧하겠다던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선으로 태도가 누그러졌으나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격앙된 감정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새해 예산안 주요 쟁점별 각 정당 입장▼

쟁점민주당한나라당자민련
삭감규모5000억원 이내로 최소화10조원3조∼5조원
조정대상-예산항목별 액수조정은 가능하나 항목별로 1000억원 이상 순삭감은 불가능 -남북협력기금 등 대북사업 관련예산 삭감
-지역의보 지원금 등 소득 이전적 지출 관련예산 대폭 삭감
-중소 벤처기업 지원예산 중 중복편성 부분 삭감
-남북협력기금 등 대북사 업 관련예산 삭감
-의약분업 및 기초생활보 장제도 관련예산 삭감
-사회간접자본 관련예산은 대폭 증액
처리시한정기국회 회기내 처리임시국회 소집 불가피정기국회 회기내 처리

민주당은 이미 예산안법정처리시한(2일)을 넘긴 데다 정기국회 폐회일(9일)을 불과 1주일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돌출사고가 벌어진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서둘러 장위원장이 사과토록 하는 등 한나라당이 본격적인 예산심의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일일이 대응책을 내놓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민주당은 상황을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는 “한나라당이 장위원장의 메모 문제로 예산심의를 무작정 파행으로 끌고 가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4일 예결특위 회의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석할 가능성은 51% 이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장위원장의 메모건과는 별개로 내실 있는 예산심의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온 것도 예산심의 표류에 대한 책임공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01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심의를 위해서는 적어도 2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한나라당의 논리. 따라서 정기국회 폐회 후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

실제로 장위원장의 메모건이 없었더라도 새해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가 커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삭감규모에서부터 한나라당은 정부 원안의 10% 수준인 10조원을 순삭감키로 당론을 정해놓았다. 한나라당은 내년의 경제상황과 국민의 세부담을 감안할 때 정부제출 예산안은 지나친 팽창예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민련도 최소한 3조원에서 5조원은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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