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일정불만 표명…"못 걷겠다" 100m거리 버스이동

  • 입력 2000년 12월 1일 23시 26분


2차 이산가족 상봉에 임하는 북측 대표단의 태도가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북측 상봉단은 1일 오후 6시반으로 예정된 통일부장관 주최 만찬에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는 이유로 한시간 반 늦은 8시경에야 나타났다. 이날 박재규 통일부장관은 하릴없이 한시간반 동안 만찬장 입구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에 앞서 삼성서울병원 입원실에서 북측 동생을 만난 김기창 화백 취재 때도 북측은 약속했던 취재기자 9명을 갑자기 5명으로 줄일 것을 요구, 관철했고 그나마 5분만에 병실에서 나가도록 했다.

그러나 북측 기자단은 남측 기자들이 병실을 나온 뒤에도 동생 기만씨가 선물로 가져온 그림 ‘태양을 따르는 한마음’을 형 김화백에게 설명하는 장면을 계속 촬영했다.

북측은 이날 오후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관람 때도 100여m 거리를 버스로 이동하겠다고 고집, 30여분간 출발이 지연됐다.

숙소인 롯데월드호텔에서 아주 가까우니 걸어가자는 남측 제안에 북측은 “어디든 차량 없이는 이동할 수 없다”고 버텼던 것.

박물관 관람중에도 북측 장재언 단장은 고구려관에서 “누군가 지나가는 소리로 고구려 비하발언을 했다”고 다그쳤다. 적십자측 안내원이 “잘못 들으신 것”이라며 해명했으나 장단장은 “당신 도덕도 없나. 위원장한테 그런 말 해도 되나. 이름이 뭐냐”며 소리를 높였다.

한 행사진행 요원은 “1차 상봉 때와 달리 북측이 일방적이고 지나친 주장을 펴는 경향이 있다”며 “이산가족의 만남을 북측이 시혜처럼 생각하는 것같아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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