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상봉 이모저모]"또 보게 200세까지 사세요"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51분


○…‘큰댁 지붕마루에 밤마다 등불 켜놓아라/그 등불 끄지 말아라/어둠 속으로 그 아들은 찾아온다/등불을 끄지 말아라….’

▼"아들 찾아오게 등불 켜둬라"▼

북측 방문단의 신용문씨(69)는 평소 북의 아들을 그리워하던 어머니 이중덕씨(84년 작고·당시 84세)가 늘 이런 얘기를 했다는 남측 가족의 얘기를 듣고 “어머니가 이렇게 나를 애타게 기다리시다 돌아가셨다니…”라며 회한의 눈물.

○…어머니 박천례씨(92)를 만난 홍세완씨는 이날 개별상봉에서 식탁에 마련된 백세주를 어머니에게 따라주며 “이 술을 마시고 100살까지 사셔야 합니다”고 간절한 눈빛으로 어머니를 응시.

박씨가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많이 먹어라”며 권하자 홍씨는 “왜 마지막입니까. 이 술 드시고 100살이 아니라 200살까지 사세요”라며 어머니를 부둥켜안았다.

○…전날 집단상봉 때 50년 만에 북에서 찾아온 아들 정재갑씨(66)를 만나 웃는 얼굴로 반기던 안준옥씨(88)도 1일 개별상봉에서는 결국 눈물을 터뜨려 ‘모정’의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안씨는 이날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좋아 눈물도 안난다”며 아들 손을 붙잡고 한참 춤을 추었으나 한 순간 그동안 참았던 설움이 복받친 듯 “50년 만에 만난 내 아들아”하며 눈물을 흘렸다. 안씨 역시 “하룻밤이라도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잘 수만 있다면…”하고 눈물을 글썽.

▼칠순 오빠에 즉석 생일잔치▼

○…북측 방문단의 이용호씨(70) 가족은 음력 12월14일인 이씨의 칠순을 미리 기념해 케이크 샴페인 와인을 점심시간에 가져와 즉석에서 조촐한 생일잔치를 열었다.

여동생 선호씨는 “오빠의 생일상을 꼭 차려주고 싶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며 “팔순 때도 꼭 보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이씨는 “7남매가 모두 살아 있다는 소식을 가장 큰 칠순 선물로 안고 돌아간다”며 건배를 제의한 뒤 단숨에 와인 한잔을 비웠다.

<서정보·민동용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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