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평양방문단 개별상봉]남 화가와 북 시인 형제

  • 입력 2000년 12월 1일 14시 16분


"어젯밤 너와 밤새 놀러다닌 꿈을 꿨단다."

1일 평양 고려호텔 1704호에서 서양화가 김 한(金 漢.73)씨는 북에서 유명한 시인이 된 동생 김 철(67)씨를 만나자 손을 덥석 잡으면서 30일 단체상봉 이후 감회를 이렇게 말했다.

형 김씨는 동생과 계수, 조카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그저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되뇌었다. "앞으로 자주 만나자"며 동생과 `기약없는 약속'도 했다.

형 김씨는 "어릴 적 생각도 나고 해서 가져왔다"며 자신이 직접 그린 어머니가 아이를 업고 있는 내용의 그림을 동생에게 선물로 줬다.

또 함께 가져온 가족 사진을 꺼내 동생과 조카들에게도 일일이 설명했고 조카딸옥씨도 "아버지와 똑같네"라며 연방 즐거워했다.

동생 김씨는 형에게 지난 93년 10월 13일 북측 작가 20명과 김일성 주석이 함께찍은 기념사진을 꺼냈고 김 주석이 그날 특별히 자신에게 따라줬던 유리잔도 보여줬다.

동생 김씨는 "그날 제일 영광스런 경험을 했다"며 "형님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동생 김씨의 아들 김 석씨는 "아버지는 92년 4월에 `어머니'라는 시로 시인으로서는 최고영예인 `김일성상'을 받았다"며 상장과 훈장을 큰아버지에게 보여줬다.

형 김씨는 "참 큰일을 했다"며 이날 시인이 된 동생을 위해 준비한 질 좋은 종이와 수첩, 필기구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좋은 시 많이 쓰라는 격려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생 김씨도 그림 7점과 도자기 3점을 선물로 형에게 전달했다.

이날 50년만에 두 손을 잡은 `남의 화가와 북의 시인' 형제는 시간이 가는 줄모르고 서로 살아온 얘기를 나눴다.

형 김씨는 "어려서 나는 그림공부를 하고 동생은 글재주가 있었다"며 "시인이됐다고 하니 그 방면으로 참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경북도 성진에 살다가 월남한 형 김씨도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8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난 95년에는 `이중섭 미술상'을 받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다.

특히 이들 형제는 이미 6년전 재미교포의 도움으로 서로 생사를 확인한 후 동생의 시에 형 김씨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문예 지상을 통한 상봉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는 꿈이나 생시나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더불어 동생 가족들까지 봤으니 모든 소원을 풀었다"며 형 김씨는 함박웃음을지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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