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정 여권 두 기류 흐른다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8시 51분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가 ‘마지막 결전’이란 다짐 속에 대대적인 공직사정 준비를 하고 있다. 14일에는 대통령민정수석실,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망라하는 사정협의체 구성을 위한 회의도 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과 행정부 내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 기류는 사정협의체까지 만들어 강력한 사정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속사정을 이해한다는 ‘사정 불가피론’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공무원사회에서 차기 대선을 놓고 ‘눈치보기’가 극심하며 일부는 이 정권에서 중요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복지부동(伏地不動)하는 경향까지 있다”며 “지금 공직사회를 다잡지 못하면 레임덕이 심각해져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비서실의 한 간부는 “과거 정권 때보다 권력누수현상이 빨리 오고 있다는 데 공감하는 공무원이 많다”며 “사정 외에 다른 뾰족한 처방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사정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검찰이나 감사원 같은 사정기관도 교차로 사정을 해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공직사회가 더욱더 정권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사정 역효과론’도 뚜렷한 세를 이루는 듯하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사정을 하긴 해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우리만 그렇게 만만하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이다 개혁이다 해서 공무원과 교사의 이반이 심각하고 더욱이 공무원연금 때문에 불만이 팽배한데 다시 공무원을 건드리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국무조정실의 한 간부는 “역대 정권에서도 사정을 했지만 임기후반 사정은 잘된 적이 없으며 사정에 대한 여론의 지지보다는 공직사회의 부패상에 대한 비난만 높아져 ‘누워서 침 뱉기’가 되곤 했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인 S씨는 “작년 9월 반부패특위까지 만들었지만 이뤄진 게 뭐가 있느냐”면서 “공연히 중하위 공무원만 몇몇 건드리는 사정보다는 정부가 전반부에 내건 정책을 일관성 있게 마무리하도록 독려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한광옥 비서실장 "청와대 자정계기 삼아야"▼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은 15일 청와대 직원조회에서 “많은 국민이 대통령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높은 도덕성과 윤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엄정한 몸가짐’을 주문했다.

한실장은 “최근 직원의 비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바 있으며 청와대의 명예에 흠집을 내고 심지어 지나친 행위를 하는 극소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자정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 공공부문 등의 개혁과정에서 반작용이 많이 있는 만큼 개혁을 위해 우리 스스로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광옥(辛光玉)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어떤 경우에도 직위를 이용한 청탁이나 압력행사가 있어서는 안되고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부동산 취득이나 주식거래, 사설펀드 가입을 해서도 안된다고 역설했다. 신수석은 특히 “근무시간에 사이버 주식거래나 사이버 쇼핑을 삼가고 업무이외의 일로 자리를 비우지 말도록 하라”며 “근무태도를 불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음주운전 등 공익을 해치는 행위가 있는지도 관계당국에 수시 조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청와대 관련 비위사건은 청와대 내부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청와대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과시하거나 사칭해 발생한 것”이라며 “외부에서 청와대 직원의 신상에 관한 문의를 받으면 바로 알려주지 말고 이유를 꼭 확인하는 것은 물론 사정비서관실에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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