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로비 백태]"미우나 고우나 TK총장인데…"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9시 06분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검찰의 대 정치권 총력로비가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13일 총재단회의후 브리핑에서 "검찰관계자들이 최근 인연이 닿는 당소속 의원들에게 전화를 해 읍소나 회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주로 학맥이나 지연, 법조 인연 등을 고리로 평소 친분 있는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 '선처'를 요청한다는 것.

특히 탄핵소추 대상인 박총장이 경북고 출신인 점때문에 한나라당내 경북고 출신 의원들은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검찰 등 법조계의 로비를 받고 있다.

경북고 출신의 한나라당 A의원의 경우 최근 검찰 등 법조계의 경북고 동문들로부터 5통의 전화를 받았다. '미우나 고우나 박총장이 검찰 수뇌부의 유일한 TK인데 날려서야 되느냐'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논리였다. A의원은 "전화를 건 사람들중에는 헌법재판관과 장관급 인사도 있었다"며 "검찰이 경북고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나라당 B의원은 검사시절 함께 근무했던 인연 때문에 최근 한 검찰간부를 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그 간부는 B의원에게 "한나라당의 진의가 뭐냐. 어떻게 될 것 같으냐"며 '속내'를 떠본 뒤 "검찰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지 않느냐. 잘 좀 봐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던 같은 당 C의원은 고발건에 대한 처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관할 지검장에게 전화했다가 부담스러운 '청탁'을 받은 경우. 그 지검장은 "고발건은 무혐의처리 됐다"고 답한 뒤 "탄핵소추안 처리때 검찰의 위상을 생각해 잘 판단해달라"고 회유를 시도한 것. C의원은 "당 방침을 따라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지만 찜찜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당사자들이 털어놓지는 않지만 검찰이 일부 피기소의원들에게 선처를 조건으로 협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검찰의 회유 등으로 심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을 벌이는 등 '집안단속'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론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캐스팅보드를 행사할 자민련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로비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