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전장관 "家臣 무소신 대통령 눈귀 가린다"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03분


“대통령과 국민 사이를 건전하고 개혁적인 지적(知的) 집단이 연결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가신그룹, 일부 소신 없는 경제관료, 부패 보수세력이 그 사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정부 경제팀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김영호(金泳鎬)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정부 내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통렬히 비판해 주목받고 있다.

김전장관은 12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초기 주어진 한계 내에서 정부의 초기대응과 개혁초심은 좋았으나 선거 등을 의식한 정치논리 때문에 경제논리가 뒤로 밀리면서 현재의 위기상황이 나타났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호소하면서 현재의 난관을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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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현 정부는 외환위기 졸업을 금융위기 및 경제위기의 졸업으로 착각해 ‘IMF 조기 졸업’을 선언했고 일부 경제관료의 섣부른 ‘한국경제 신경제진입론’ 등이 국민의 위기감을 해체시켰다”면서 “정치논리가 가미된 99년 말의 경기부양책 등이 위기상황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정부 내 의사결정 구조와 관련해 그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관료의 역할변화를 이끌어줄 세력이 없어 구시대적 부처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경제관료들은 개별적으로는 우수하지만 경제부처 전체로는 시스템의 실패가 나타나는 등 관료주도형 개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요즘 구조조정이 금융일변도 접근으로 이뤄짐으로써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전장관은 특히 “IMF 관리 체제 초기에는 근로자의 희생, 외국자본의 유입, 공적자금 등으로 극복해왔지만 2차 기업구조조정에서 근로자들의 저항이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근로자가 구조조정과정에 참여하는 노사협력형 혁신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년에 정권 누수현상, 2002년 대선 등 정치적인 변수 때문에 경제개혁이 흔들릴 경우 한국은 일본의 경제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서도 일본처럼 장기불황이 계속되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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