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사과 망신]'北에 해명서한' 쉬쉬하다 들통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31분


장충식(張忠植)대한적십자사총재의 월간조선 인터뷰를 문제삼은 북한적십자회의 항의성명에 대해 정부와 한적이 떳떳하지 못한 처신을 해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와 한적은 북적의 항의에 비밀리에 사과성 ‘해명서한’을 북한에 보내고도 이를 감춰오다가 북한방송이 8일 이런 사실을 보도하자 뒤늦게 시인했다. 대북관계에서의 저자세와 투명성의 결여 등 제반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낸 셈이다.

▽사과서한 파문〓북적의 항의성명이 나온 3일 장총재는 “발언내용이 왜곡됐다”고 했다가 7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는 “북한을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말이 북한을 자극했다”고 정정했다.

장총재는 대북 사과의사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장총재는 이미 사흘전에 사과내용을 담은 ‘해명서한’을 스스로의 동의하에 북에 보내 국회에서의 위증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당국자는 9일 “편지를 공개하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비공개로 서한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총재는 북한방송이 나온 8일 밤11시까지도 서한발송 사실을 부인했고, 한적총재 마음대로 이런 성격의 서한을 보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대북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과 해당기관들간의 정책조정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담당국장은 “(우리는)북적 성명과 관련한 대책회의에 참가하지도 않았고 서한내용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북적 전통문과 이산가족 상봉전망〓장총재에 대한 북적의 비난성명으로 2차 이산가족 상봉(30일∼12월2일)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이 일던 상황에서 북적은 9일 전화통지문을 보내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위한 ‘선물 기준’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에 대한 낙관론과 회의론이 엇갈리고 있다. 북측은 장총재에 대한 항의와는 달리 실무차원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

전문가들은 북적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이런저런 이유로 실현되지 않을 경우 장총재에게 책임의 일단을 묻는 ‘이중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 장충식 한적총재 '유감 서한' 관련일지 ■

9월장총재, 월간조선(10월호)과 인터뷰
11월3일북적, 인터뷰 내용 문제삼아 항의, 이산가족 상봉 재검토용의 표명
4일장총재, ‘유감서한’ 북측에 비공개 발송
7일한적, 서한 발송 사실 부인
8일북적 “장총재의 유감서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표명
9일정부 “이산가족 상봉 차질 없도록 비공개로 서한 보냈다”고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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