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납북 정지용시인 두아들도 형제상봉

  • 입력 2000년 10월 27일 23시 55분


시인 정지용씨의 장남 구관씨(73·경기 의정부시 녹양동)는 북한에 살고 있는 동생 구인씨가 가족을 찾는다는 소식에 비교적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해마다 중국 옌볜에서 열리는 문학축제인 ‘지용제’에서 옌볜 문인들을 통해 구인씨가 북한에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인씨는 아버지가 납북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배재중학 재학 당시 아버지를 찾겠다며 집을 나선 뒤로 소식이 끊겼고 납북이 아닌 월북으로 소문난 아버지 때문에 구관씨는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지금까지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수년간에 걸친 증거 수집으로 87년 동아일보가 정지용 시인은 ‘월북’이 아닌 ‘납북’이었다고 보도한 뒤 88년 해금을 맞았고 그제서야 아들로서 도리를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구관씨.

동생의 북한 생존 소식을 이미 알고도 가족이 오히려 애태울까봐 아예 말도 꺼내지 않았었다는 후일담을 밝힌 구관씨는 “아직도 상봉절차가 남아 있어 내눈으로 동생을 보고 손이라도 만져보기 전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이산가족의 아픔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인씨가 찾는 가족의 명단에 아버지 정지용 시인의 이름을 적은 것에 대해 구관씨는 “우선 유명인사인 아버지의 이름을 대면 가족찾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둘째로는 북한에서 아버지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을 넣었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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